h21.hani.co.kr ‘반박시 니말맞’의 시대에 질려버린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염려하는 새로운 문법은 1명이 이야기 중이 뉴스에 관한 이야기 보기
이 글의 토픽을 두고 약 5분간 진지하게 고민했다. 인터넷 밈으로 많이 쓰이는 '반박시 니 말이 맞음'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의 변화로 둘까, 라이프로 둘까. 이렇게 보면,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 '사회의 변화'는 그 기준을 잡기가 매우 애매한거 같다. 결국, 인터넷에 만연한 밈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과 가까운 '라이프' 태그를 달기로 했다.
내가 게임 관련 뉴스나 글을 보기 위해 드나드는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쓰이는 '
반박시 니 말이 맞음
'을 두고는 긍정적/부정적 시선이 다 있다. 긍정적 시선은 '
상대의 의견을 존중
'한다는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표현의 의미를 좋게 보고 있고, 부정적 시선은 '
상대 의견을 무시하고 토론을 중지
하는 행위다'라고 본다. 나는 인용한 기사를 혹시 읽어 본다면 알겠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 가깝다.
우리는 얼룩소를 포함해서, 일상에서도 많은 부딪침을 앉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부딪침은 필연적이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장소에서 모두가 다른 성격,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어찌 안부딪칠 수 있을까. 때문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일상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국가적 문제까지 해결해 왔다. 그러나 '반박시 니 말이 맞음'은
이런 대화의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일방적 통보
에 가깝다.
수 많은 힘듦과 어려움, 자기 방어적 태도가 이해는 가지만
Unsplash image. Argument.사실 나만 하더라도, 최소한 이 얼룩소만 두고 보더라도, 피하고 싶을 때도 많다. 분명, 누군가의 반론을 듣는 것은 언제나 나의 잘못을 검토해야 하는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때로는 내 글을 무시하는 태도도 당연히 접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반박시 니 말이 맞음'을 시전하고 싶다. 그나마 안전한 공론장인 얼룩소도 그러한데, 페이스북이나 커뮤니티에서 키배(키보드 배틀 - 인터넷으로 언쟁)를 뜨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인신공격과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한 여러 수단이 난무하는 곳들이 즐비하다.그러나 이는 잘못된 토론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고쳐 나가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지, '반박시 니 말이 맞음'으로 , '반박시 지나가세요'같은 태도로 일관해서는 최소한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밈이 많이 쓰일수록, 사람들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주저하게 되고, 이는 곧 세상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을 불러 일으킨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또 다시 최순실 국정농단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일상의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이프 탭에서도 우리는 육아, 식사, 여러 고민 문제들을 볼 수 있다. 위로와 공감을 요구하는 글이라면, 그에 대해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완전한 오류다. 그러나 글쓴이의 의도를 잘못 해석한 후에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닌, 애초에 해석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통보다.
강자는 여유가 있다
'반박시 니말맞'과 같은 자기방어적 통보, 그리고 나 자신이 과거에 '이기기 위해' 토론을 했듯이 상대를 이기려는 태도도 자기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세상에게나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토론대회나 대선토론, 국회에서의 토론 등에서는 상대를 이겨야 실리가 있기 때문에 이기는게 좋다. 그러나 모두가 win-win하고자 하는 일상에서의 대화, 공론장에서의 대화에서는 '반박시 니 말이 맞음' 혹은 상대를 누르려는 태도는, 결국 일순간 편하거나 쾌감을 느끼게 할 뿐 남는 것도 없고,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Pinterest. 신문고.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도, 신분제 사회에서 왕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노비였던 장영실을 편견 없이 인재로 채택하고, 신문고 제도를 활용하거나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노력을 다했다. 행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한글의 발명 및 배포는 분명 서민들의 소통의 수단이 되었고 지금도 내가 쓰고 있다.얼룩소를 포함하여 일상에서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여유를 가지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상대로 틀리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태도 역시 언제나 가질 수 있기를. '부족하면 태클 걸지 마'가 아닌, '부족하면 같이 이야기해보자'가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